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Sun이 Rock 칩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한다. 지난 5년 동안 Sun은 Rock이야말로 서버시장에서 IBM Power나 Intel의 Xeon 칩에 일격을 가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칩이라고 자랑해왔다. Rock이게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지난 2007년 4월 Sun의 CEO 슈워츠는 Rock의 시안을 처음 받아 보았다고 자랑한 적도 있다.
2009년 들어서면서 Sun은 여러 차례 Rock 일정을 연기하였다. 최초의 계획대로라면 2007년까지는 Rock 프로세서를 시장에 선보였어야 한다. 이 일정에서 2008년 언제쯤으로 기한이 연기되더니 이어서 2008년 말, 그리고는 2009년 하반까지 밀렸다. 그리고는 마침내 2009년 6월 15일 뉴욕타임즈에는 Sun이 Rock 프로젝트를취소하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Sun이 하이엔드 서버 제품군용으로 개발하던 프로세서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4년 4월 UltraSparc V를 취소한 바가 있다. 두 번 같은 일이 겹치다 보니 Sun이 게임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만한 훌륭한 칩을 개발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마는 새로운 전통을 세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생긴다.
어떻게 보면 ZFS(Zettabyte File System: Sun이 Solaris에 적용했던 파일 시스템)도 이 명단에 포함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계획을 중단하는 일은 고객 신뢰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프로세서란 막대한 비용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요하는 분야다. 프로세서 개발에 수십억불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되었고 시장점유율이 위축되자 Sun의 서버 비즈니스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가장 집약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대목이바로 Oracle의 Sun 인수/합병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Oracle이 Rock 계획 취소로 말미암아 더 나은 거래조건을 갖게 되었다고 볼 지 모르겠지만 Rock 계획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Sun의 서버 제품 라인은 상당히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Rock이 없으면 Sun은UNIX 서버 제품 라인을 통합할 솔루션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Sun은 어쩔 수 없이 로우엔드에서는Niagara 기반의 서버들에, 하이엔드에서는 Fujitsu가 설계한 프로세서에 기반한 서버들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들 두 가지 서로 다른 서버 제품 라인들은 물리적인 특장점과 가상화 기능 및 소프트웨어 설계 패러다임이 모두 다르다. 다시 말해서 고객들은 같은 Sun 서버를 사용하면서도 로우엔드 서버로부터 하이엔드 서버로의 이행이 매우 복잡하고 힘든 작업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Sun의 고객들 중에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시작한 곳이 많다. 현재 전세계 시장에서나 한국시장에서 공히 UNIX 서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IBM Power 서버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훌륭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Oracle 치하에서의 Sun 서버 제품 라인의 장래는 뒤얽힌 채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서로 다른 아키텍쳐에 기반한 현재의 제품 라인은 Rock의 취소에 따라통합의 가망성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시장에서는 Oracle의 입장에서는 Rock 계획의 취소에 따라 새나가던연구개발비의 손실의 폭을 줄이게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기 때문에 Oracle이Rock이 사라지고 없는 자리를 메우기 위한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추가의 투자를 개시하여 따로따로인 제품라인을 단일한 아키텍쳐로 통합하려 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확실히 Sun의 UNIX 서버에 투자를 결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시점인 것 만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출처] Rock 없는 Sun – 점점 유리해지는 Power|작성자 r2d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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