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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큐브를 선보이고 난 뒤, 잡스는 악몽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스컬리와 애플에 위대한 복수를 하기는커녕, 회사의 존립 자체를 신경 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들의 찬사와 전문가 집단의 환영에도 넥스트큐브는 팔리지 않았다. 넥스트에서 나온 컴퓨터는 새로웠지만 가격이 비쌌다. 6500만달러의 넥스트큐브에 레이저 프린터와 주변기기까지 포함하면 1만달러가 넘었다. 대학생들이 쓰는 개인용 컴퓨터가 대략 1500만달러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었다. 혼다 시빅을 살 수 있는 사람에게 포르쉐를 팔려고 했던 것이다. 매킨토시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연구소나 학술 기관 판매 역시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훨씬 더 좋은 기능을 갖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회사들이 싼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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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는 파산 직전의 상태로 몰렸다. 1991년 로스 페로는 “넥스트 투자는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말하며 자금 지원을 중단해 버린다. 초기 1억달러에 추가로 1억달러를 더 투자했던 캐논 역시 넥스트와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당시 잡스의 한 친구는 이렇게 잡스를 기억했다. “그때 잡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회사를 캐논에 넘긴 뒤 아들 리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라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떠날 수 없었다.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다시는 재기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1992년 넥스트 컴퓨터 판매는 겨우 2만대에 그쳤다. 이 사이 모든 창립 멤버들과 운영팀 멤버들이 사직해 버린다. 넥스트 본사에서 회의가 열렸다. 잡스는 그나마 몇 안 되는 중역들을 죽 들러보며 비통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 떠나도 좋소. 물론 난 떠나지 않겠소.”

3-잡스와 넥스트 이사진이 1987년, 캘리포니아 Fremont의 넥스트 공장에서 회의를 가졌다. 텍사스 기업가이자, 나중에 미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로스 페로(Ross Perot)가 왼쪽 다섯 번째, 어두운 색 양복을 입고 있다. 맞은 편에는 잡스가 있었으며, 넥스트에 자본을 제공해준 이가 바로 페로였다..jpg


 

1993년 잡스는 컴퓨터 생산을 중단하고 소프트웨어에 전념하기로 결정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최첨단 자동화설비를 포함해 넥스트의 하드웨어 부문 전체를 캐논에 매각했다. 넥스트큐브 판매는 5만대에 못 미쳤다. 그는 직원 수를 반으로 줄인 수밖에 없었다. 넥스트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잡스의 엄청난 재산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더 큰 골칫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참 더 남쪽으로 내려가 있는 한 회사였다. 픽사였다.

픽사는 잡스의 인수 뒤 5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잡스는 5000만 달러를 픽사에 쏟아 부었지만 해마다 막대한 손실만 입었다. 잡스는 개인적으로 보증을 선 빚까지 떠안고 있었다.

전망도 불투명했다. 픽사의 적자가 자꾸만 쌓여가자 잡스도 진저리를 치며 픽사를 팔아 치울 생각을 갖게 된다. 바로 자신이 만든 애플과 경쟁을 벌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협상 대상자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픽사가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픽사의 기술을 원했고, 픽사의 그래픽 분야 천재들이 픽사 수준의 그래픽을 윈도에 구현해주길 바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픽사를 팔려는 생각을 막판에 접는다. 잡스가 마음을 바꾼 것은, 그 안에 있는 성공 본능이 “이건 진짜 엄청나게 크게 될 거야”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잡스는 진저리 치면서도 픽사가 블루칩이란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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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잡스는 언론의 먹잇감이 됐다. 잡스를 무서운 아이로 추켜세웠던 언론은 그를 철없는 어린애 같은 사람으로 깎아내렸다. 언론들은 해적 선장의 몰락을 시원해하며 끊임없이 그의 추락을 비웃는 기사를 썼다. 

잡스는 계속되는 실패로 더 이상 억만장자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집과 최소한의 재산을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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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빠진 잡스에게 위안을 준 유일한 건, 사랑이었다. 잡스는 1989년 가을 스탠퍼드 대학교 MBA 학생들의 강의 초청 제안을 받는다. 넥스트와 자신이 생각하는 기술의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강연장은 잡스를 보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도 꽉 찼다. 이들 중엔 1학년 과정에 있는 로렌 파월이라는 여학생도 있었다. 로렌은 이 강연을 기획한 학생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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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그답지 않게 강연 중간 중간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말의 흐름도 끊어지기 일쑤였다. 로렌 때문이었다. 그녀 때문에 집중력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 것이었다. 잡스의 시선은 로렌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모델처럼 늘씬한 다리와 날씬한 허리에 금발이 탐스럽게 흘러내렸다.

강연이 끝난 뒤 그는 다른 약속 장소로 가야만 했다. 잡스는 차를 타는 주차장에서 그의 생각을 바꾸게 된다. ‘만약 오늘이 지상에서 지내는 마지막 밤이라면 회의나 하면서 그 밤을 지낼 것인가, 아니면 이 여자와 함께 보낼 것인가’

잡스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가 저녁식사를 제안했다. 그 뒤 둘은 사랑에 빠졌다. 로렌은 잡스보다 아홉 살이나 어렸지만 둘 사이엔 공통점이 많았다. 둘 다 채식주의자였고 생활방식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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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로렌은 임신을 했고 잡스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잡스는 또 다시 거절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그를 떠나버렸다. 잡스는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감정적으로 너무나 불안정한 상태였다. 거의 미친 상태였다. 서른여섯 살의 잡스는 스물두 살에 겪었던 똑같은 문제에 맞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20대의 철부지가 아니었다. 책임을 알 만한 나이였다. 1991년 봄 둘은 요세미티 공원근처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전 잡스는 자신을 낳은 친모인 조앤 심슨을 만났다. 그리고 소설가로 명성을 쌓고 있던 친 여동생 모나 심슨도 알게 된다. 심슨 역시 오빠처럼 창의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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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nux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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