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도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될것인가?
2011/04/21 12:30구글이 빅브라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신호가 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처음 제안된 'Do Not Track'이라는 기능이 Firefox 4를 선두로 IE9과 Safari에까지 연이어 탑재되었지만, 아직 구글 크롬은 캄캄 무소식인 까닭이다. 어느 브라우저 보다도 엄청나게 빠른 기술 업데이트를 해제끼면서도 말이다...
Do Not Track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웹 이용 기록을 추적하거나 기록하지 말라고 웹 사이트에 알려 주는 아주 간단한 기능이다. 주로 쿠키 인증으로 검색 기록, 페이지 탐색 기록 등을 알아내 저장해 온 업체에게 인증 같은 건 해도 행위를 추적하지 말라는 경고문(HTTP header message)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 추적을 피하려면 웹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쿠키를 쓰지 않거나 해야만 하는데, 그러기에는 사용자 비용이 너무 높고 웹 사이트들이 알아서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지키는게 맞다.
넷스케이프 딜레마
Mozilla의 가장 오래된 구루인 Asa Dotzler는 자기 블로그에서 크롬이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10년전 Mozilla 커뮤니티가 1.0을 내놓을 당시 AOL/타임워너에서 이를 제품화한 Netscape 7에서 가장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팝업 차단 기능'을 뺀 채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AOL/타임워너 입장에서는 CNN 같은 자사의 웹 사이트에서 주요 수익 수단이었던 팝업 광고를 자사의 브라우저가 차단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사 이익 때문에 팝업을 싫어하는 사용자의 이익과는 완전히 다른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10년 후, 구글은 자사의 검색 광고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데 사용자 행태 분석, 개인화, 검색어 저장 같은 추적은 없어서는 안될 기능이므로 자사 브라우저가 이를 차단하는 건 '넷스케이프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Asa는 현 구글 크롬팀 리더가 당시 같은 경험을 했던 Mozilla 커뮤니티에서 함께한 일원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가 노력은 했겠지만, 아마 검색 광고부서의 압력에 굴복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물론 구글이 크롬에 DNT 기능을 탑재하지 않아서 과거 AOL/타임워너의 팝업 광고 처럼 쇠퇴하거나 검색 광고 시장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익과 자사의 이익이 배치될 때 선택은 어떨지 앞으로 두고 볼일이다.
구글, 현대판 AOL/타임워너 되나?
사실 DNT를 요청하더라도 강제 조항도 없을 뿐 더러 추적을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할 방법도 없다. 반대론자들은 한 줄 헤더 때문에 쓸데없는 네트웍 트래픽만 낭비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AP통신을 비롯 몇몇 웹 사이트들이 바로 사용자가 Do Not Track 요청을 설정해서 접근하면 사용자 데이터를 더이상 추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양심적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발빠른 대응은 회사의 이미지에 큰 이익을 준다.
특히, 개인 정보를 더 엄격히 지키기 위해 미 상무부나 공정위에서 DNT 기능에 대한 지원 여부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강제를 한다면 상황은 180도로 바뀔 수 있고, 현재 인터넷 시민 단체들에서 다양한 창구로 로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자사의 검색 광고 사용자 추적을 위한 특허를 내는가 하면, 야후는 자사의 사용자 검색 기록을 60일에서 18개월로 늘이는 개인 정보 정책 개정을 하였다. 애플은 위치 정보 기록을 아이폰에 암호화 하지 않은채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이익과 전면 배치될 수 밖에 없다.
1차 브라우저 전쟁(IE vs. Netscape)과 2차 브라우저 전쟁(IE vs. Firefox)를 거치면서 우리는 웹 브라우저가 단순히 어느 한 회사의 이익에 복무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과 웹을 탐색하는 공공 자원의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웹 표준을 지키고 접근성을 지원하여 개방된 기술로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크롬이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 줄지 기대하는 바이다.
p.s. 마침 오늘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2011년 4월 19일 글로벌 정보망인 스카이넷이 스스로 자기 인식한 후, 이를 심판하는 Jugement Day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구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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