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라는 말이 매체의 유행어가 되기 전부터 이 세계의 역사를 지켜보셨죠. 지금까지의 오픈소스 발전사를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오픈소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IT 산업에 많은 부가 축적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술은 큰 발전이 없었죠. 확립된 기술 위에 부만 쌓인 셈입니다. 그리고 한두 가지 기술이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서면서 개발자들에게는 재미가 없어지고 다양성도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학계 역시 산학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피해를 입죠. 이론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발전에 대한 욕구는 계속 있어 왔고 인터넷 출현이 그 계기가 됐습니다. 거기에 더해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가 기폭제 구실을 한 거죠. 리눅스는 지금은 수많은 오픈소스 중 하나이지만 초창기에는 아파치를 비롯한 다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에 큰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오픈소스 세계는 양적 팽창을 계속해 오고 있죠. |
그러면, 앞으로 오픈소스 세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현 시점은 또 다른 발전을 위해 다시 응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 공개한다고 전부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가까운 예로 똑같이 소스가 공개됐지만 솔라리스는 리눅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넷스케이프의 경우도 모질라 프로젝트로 소스를 공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파이어폭스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죠. 단순한 공개를 넘어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열정적인 개인이나 작은 그룹의 돌파력이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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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경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얼마 전까지 하급 기술로 취급됐었던 웹 기술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뛰어난 웹 프레임워크들이 등장한 덕분에 코드 조각을 짜깁기 하는 게 아니라 일관되고 체계적인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감이 오는 것은 없고 찾는 중입니다. 웹 2.0 바람이 한동안 계속 불겠지만 좀더 신선한 발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키텍처적 혁신이나 이론적 돌파 같은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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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회사에 오픈소스를 권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MS 윈도 NT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당장이라도 유닉스 시대가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 두 가지가 시장에서 비슷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픈소스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변화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업계의 큰 고민은 기술을 선택하고 투자해 3~4년 이상 쓸 수 있느냐는 것인데 오픈소스 솔루션들이 많이 안정됐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실하고 정직한 대화로 신뢰를 쌓고 노력을 보여주어야 프로젝트 도중 생기는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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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을 하시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조율을 하시나요. 예. 1인 다역을 하고 있죠. (대표 이사를 맡고 있지만) 개발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기 때문이죠. 물론 개발에 쏟는 절대적인 시간은 전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요즘은 주로 핵심 기능을 짠다거나 하는 일을 합니다. 고참 개발자로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개발을 계속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가르치고 탐구하게 만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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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개발자에게 보람 또는 적절한 보상이 없는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요. 개발자에게 자기만족 또는 보상이 없다거나 개발자들이 단명한다는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다른 분야도 비슷합니다만 어느 한 사람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스스로 역할 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잘 돼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전 세대에는 관리직 아니면 은퇴였지만 우리 세대에서 다른 역할 모델을 보여주고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단 성공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과 성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죠. 같이 일하는 멤버들의 즐거운 얼굴빛에 더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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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발자들에게 코드를 짜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문제가 의사소통이라고 합니다. 개발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난 개발만 할래”하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급 개발자들을 보면 개발만 하지 않죠. 동료들, 고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화 없이 개발되는 소프트웨어는 결국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개발자들에게 대화 능력 같은 사회적 기술은 아주 중요합니다. 외골수 같은 태도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죠. 사실 이와 같은 문화는 이전 세대에도 충분치 않았습니다. 어렵겠지만 이제부터 만들어 가야 할 문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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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세미나나 파이썬 세미나, 최근의 프레임워크 2.1 세미나 등 사람을 키우는 데 관심이 많으시죠. 2007년에는 이와 관련해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전도사'라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단 스스로가 잘 되어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좋은 결과를 자꾸 만들어내야겠죠. 2007년에는 지난해 열린 대안언어축제나 프레임워크 세미나 같은 커뮤니티에서 여는 세미나를 도우려고 합니다. 큰 세미나보다는 작은 세미나를 자주 열어 씨를 많이 뿌리고 싶어요. 개발자 한 명에게 비용을 지원해 주고 파이썬 컨퍼런스에 같이 데려가는 깜짝 이벤트(?)도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후배 개발자들을 도울 수 있는 힘을 모아 보는 것과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하지 않았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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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회사에 대해 어떤 구상이 있으시나요. 오픈소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하기보다는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한두 가지 분야에 집중하려 합니다. 특히 다른 기술로 실패했거나 구현하기 힘든 분야에서 파이썬을 이용해 좋은 결과를 내서 오픈소스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회사가 반드시 커져야 한다거나 대박이 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책임의식 있고 자발적이고 민첩한 작은 조직으로 구성, 운영되는 회사를 꾸리고 싶습니다. 5명이 100명 몫을 하는 그런 조직 말이죠. 한 회사 안에서 그렇게 할 수도 있을 테고 또 다른 창업을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글의 20% 프로젝트가 그 선례가 될 수 있겠네요. 성장이나 성공은 차분히 기다리려 합니다. 단 신뢰할 수 있는 성공이어야 합니다. OSK는 그 출발점입니다. 2006년에 좋은 결과를 냈고 2007년에도 순항하리라 기대합니다.
[이만용 소개] 국내 리눅스 초창기에 많은 사랑을 받은 알짜 리눅스 배포판을 개발했고, 리눅스코리아 CTO를 역임했으며 현재 오픈소스놀리지 대표 및 CTO를 맡고 있습니다. 리눅스 관련 서적들을 집필 및 번역했고 리눅스와 파이썬을 사용해 KT/SK/하나로/두루넷 등 대형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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