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오라일리 “불법 공유? 진짜 무서운 건 무관심”
by 정보라 | 2012. 05. 23

“파일 불법공유(piracy)의 문제가 있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는 게 더 문제 아닐까요?”

전자책에 디지털저작권관리(Digital Right Management)를 적용하지 않고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오라일리 미디어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팀 오라일리는 이렇게 말했다. 팀 오라일리는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이번에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오라일리 미디어는 1978년 설립돼 기술 서적을 전문으로 출간했다. 지금은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을 EPUB, MOBI, 사파리 웹브라우저용 등으로 판매하는 곳으로도 알려졌다. 오라일리 출판사는 모든 전자책에 DRM을 씌우지 않고 판매한다.

출판사의 핵심이자 힘은 콘텐츠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오라일리 출판사는 독자를 너무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팀 오라일리는 자사 전자책이 불법으로 공유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는 “우리 콘텐츠에 DRM을 씌우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무상으로 쓰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책 자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라고 입을 뗐다.

팀 오라일리

그는 ‘독자를 믿는다’라는 순진한 생각보다 조금 더 계산했던 모양이다. “인터넷에는 많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우리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사는 셈이지요. 여기에서 제 책임은 소비자에게 고를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이 말속에 숨은 뜻을 보자. 지금도 웹에는 콘텐츠가 넘친다. 유료 또는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사와 블로그 그리고 여러 파일이 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음악, 영화, 슬라이드 노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웹에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이용자 모두가 알아내는 건 벅찰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콘텐츠 가운데 어느 건 특정 단말기나 뷰어, 플레이어에서만 작동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 번 사면 어느 단말기나 뷰어에서든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있다면 우리는 솔깃하지 않을까.

과장된 추측 같지만, 팀 오라일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웹2.0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무료로 공개했는데 이 논문 파일은 100만회 이상 내려받기가 발생했습니다. 무료로 배포했지만, 이 논문 덕분에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논문(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웹2.0엑스포’와 ‘웹2.0 서밋’과 같은 행사도 열었지요. 8년간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 파트너와 저는 수입이 생겼습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콘텐츠 생산자는 영악해질 필요가 있겠다. 유료 판매나 DRM으로 복사를 막는 대신 무료로 배포하거나 이용자가 마음대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그는 이렇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며 “제가 어떻게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요”라고 가장 좋은 사례는 자신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제공자나 저작자가 파일을 복제하고 공유하는 것을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그는 자기가 출판쪽에 발을 들여놓은 과정을 소개했다. 어린시절 그는 도서관에서 공상과학(SF)소설을 즐겨 읽었다. 도서관은 누구나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던가. SF 소설을 좋아했으나 도서관을 이용하며 그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책을 읽었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자, 그는 읽고 싶은 책을 이제는 사서 볼 수 있게 됐다.

“내가 SF소설을 읽거나 접하지 못했다면 돈이 있다고 해서 책을 사서 읽을 수 있을까?”라는 그의 질문은 출판사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제공자에게 던지는 의문이 아닐까.

팀 오라일리가 2005년 무료로 공개한 ‘웹2.0은 무엇인가’라는 논문은 지금도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영어 원문은 팀 오라일리의 웹사이트에서, 한국어판은 한빛미디어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출처 - http://www.bloter.net/wp-content/bloter_html/2012/05/1111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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