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용 기자 yong2@zdnet.co.kr 2011.12.21 / PM 03:53 HP유닉스슈퍼돔x86서버오디세이


지난달 HP는 유닉스와 x86을 하나의 그릇에 담겠다고 선언했다. 오디세이 프로젝트다. 점점 줄어드는 유닉스 서버수요에 x86서버로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오디세이 프로젝트는 HP의 블레이드시스템 아키텍처에 기반해 유닉스 서버와 x86서버를 모두 단일 머신에 집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유닉스는 HP 슈퍼돔, 인테그리티(Integrity)서버, 논스톱(NonStop)시스템과, HP-UX 및 오픈VMS 운영체제를 모두 포함한다. x86은 프로라이언트와 MS 윈도, 리눅스 등의 OS를 포함한다. HP는 슈퍼돔2 인클로저와 프로라이언트용 C클래스 인클로저를 유닉스와 x86 모두 장착가능하도록 만들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유닉스를 중심에 두고 x86을 주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x86은 유닉스의 성공을 위해 거들 뿐이다. 유닉스 중심의 천하관(天下觀)이라 할 만하다. 

 

천하란 황제와 신하, 황제국과 속국의 동심원 관계를 밑그림으로 한다. HP의 전략은 유닉스란 황제국을 중심으로 두고 그 변방을 x86으로 둘러싸는 그림이다.

 

▲ HP는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닉스 시장 수호에 나섰다. x86을 유닉스 시장에 끌어들이면서 여전히 유닉스를 중심에 둔 모습이다.

■“미션크리티컬의 확장” 그 의미는...

 

HP는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미션 크리티컬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다. 이 프로젝트의 산물은 ERP, 데이터베이스(DB), 코어뱅킹 등 계정계 업무를 유닉스 환경으로, 이메일과 같은 일상 업무를 x86 환경으로 구성할 때 하드웨어 플랫폼을 단일화한다. 

 

OS를 통합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인텔 제온기반 x86 프로세서에 HP-UX를 설치할 수 없고, 슈퍼돔2에 리눅스를 설치할 수 없다. 다만 워크로드 매니지먼트를 통합하고, 유닉스머신에서 제공하는 안정성 관련 기능과 서비스를 x86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전인호 HP APJ BCS총괄 부사장은 “오디세이는 HP가 1994년경 클라이언트 서버로 오픈 시스템을 발표했던 것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라 보면 된다”라며 “메인프레임으로 돌아가려는 오라클이나 IBM과 달리 오픈 시스템의 구성원들을 규합해 시장에 대안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디세이를 통해 고객은 어떤 OS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미션크리티컬한 서포트를 받을 수 있다”며 “또한, 독립소프트웨어개발사(ISV)는 리눅스, 윈도 애플리케이션의 아이태니엄 포팅작업을 하지 않게 되니, 훨씬 많은 솔루션이 단일 플랫폼에서 돌아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IT관리자는 유닉스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x86에 대한 안정성과 가용성을 확보하게 된다. 중심은 여전히 유닉스다. x86은 기업 IT환경의 부수적 역할을 유지한다. 이같은 HP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유닉스에서 x86환경으로 다운사이징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셈이다. 

 

전 부사장은 “무수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단일 플랫폼에서 사용하고 시스템 관리포인트도 단순화한다”면서 “상면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이기종 시스템을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다”라고 혜택을 강조했다. 

 

유닉스에서 x86으로 전면 교체할 게 아니라, x86 블레이드만 몇개 더 구매해 슈퍼돔2 인클로저에 끼우란 의미다. 

 

오디세이 프로젝트로 나오게 될 하드웨어 제품은 두가지다. x86 인클로저인 C클래스에 아이태니엄 기반 블레이드를 장착할 수 있는 히드라링스, 유닉스인 슈퍼돔2 인클로저에 제온 기반 블레이드를 장착할 수 있는 드래곤호크다. 

 

■x86은 유닉스를 돋보이게 만드는 수단 

 

HP는 x86서버와 유닉스 서버 모두 판매하는 회사다. 그러나 매출기여도는 유닉스가 더 높다. 서비스 가격도 유닉스가 훨씬 고액이기 때문에, x86보다 유닉스를 파는 게 HP로선 이득이다. 

 

하지만 한국증권거래소(KRX)가 거래시스템을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바꾸기로 결정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닉스 고객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버란 큰 범주로 볼 때 판매량은 늘지만, 매출은 줄어드는 현상은 HP에게 결코 반갑지 않다. 이를 위해서 업무 성격에 따라 운영체제를 구분하면서도, 워크로드 관리를 단일화하는 전략이 고안된 것이다. 

 

전인호 부사장은 “미션크리티컬 영역은 SLA 때문에 안정성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클라우드에 채택되기 어려웠다”라며 유닉스 서버의 존재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션크리티컬 시장은 플랫폼이 명확히 나뉘다보니 자원활용도가 낮은 상태에서도 신규앱을 위한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투자비용부담을 야기한다”라며 “또한 전체 서비스 구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촌각을 다투는 경쟁에 뒤처지는 단초를 제공한다”라고 통합 플랫폼의 의미를 강조했다. 

 

x86이 유닉스의 존재이유를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애플리케이션이다. 1만4천개 정도의 HP 유닉스 기반 애플리케이션에 x86기반의 혁신적인 SW가 슈퍼돔2란 플랫폼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슈퍼돔2를 구매한 고객은 과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된다. 

 

전 부사장은 “오디세이를 통해 x86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라며 “오픈소스는 더 혁신적인 솔루션을 x86에서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내지만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점 때문에 미션크리티컬 영역에 들어가지 못했었다”라고 설명했다. 

 

HP의 의도대로 고객이 움직인다면, 드래곤호크가 히드라링스보다 많이 판매될 것이다. 하지만 x86에 더 많이 투자하는 고객의 선택은 히드라링스의 판매를 늘리게 될 것이다. 진정한 블레이드 플랫폼 간 내부 전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일단, HP는 유닉스와 x86이란 두 플랫폼을 하나로 묶었다. 여전히 x86 가상화 환경과 유닉스 가상화 환경의 통합 등 의문점은 남아 있다. 실제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 탓이다. HP는 내년부터 서비스가드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제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HP가 꿈꾸는 유닉스 천하를 고객이 만들어줄 지는 내년에 가시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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